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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건축 기초 #0] 목조건축이 재밌는 이유 – 구조공학도의 관점에서목조건축 입문 2025. 4. 15. 07:21
한국에서 ‘목조건축’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은 먼저 한옥, 또는 조금 더 아는 사람이라면 단독주택에 쓰이는 경량 목구조를 떠올린다.
하지만 내가 이 블로그에서 다룰 ‘목조건축’은 그와는 조금 다르다.
내가 전공하고 연구하는 분야는 중목구조(Mass Timber Structure), 즉 공학목재(Engineered Wood)를 사용하여 고층 건물을 포함한 다양한 구조물을 설계·시공하는 기술이다. CLT, Glulam 등 공학적으로 가공된 목재를 활용하여 콘크리트나 철골을 대체할 수 있는 구조체를 만드는 기술에 가깝다.
이는 현재 한국에서는 거의 시도되지 않았고, 학부나 실무에서도 다뤄지지 않는 영역이다.
전통 목조건축, 경량 목구조, 중목구조의 차이는 추후에 정리된 글로 다룰 예정이다.
지금은 단지, 이 블로그는 ‘중목구조’ 중심의 이야기라는 점만 기억해주면 좋겠다.
1. “그 많은 재료 중에 왜 나무냐고요?”
얼마 전 유튜브 쇼츠에서 이런 농담을 봤다.
“의외로 전 우주를 통틀어 가장 희귀한 자원은 금, 다이아몬드도 아니고... 나무다.”
농담이지만, 좀 절묘하다. 목재는 싸다. 근데 목조건축은 비싸다.
이 이상한 현상의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 우리가 풀어야 할 기술적 과제, 제도적 장벽, 그리고 인식의 벽이 많기 때문이다.
그 말은 곧, 개척할 여지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목구조(Mass Timber)는 경량 구조와 달리,
- 구조적 효율성이 높고
- 자재 무게 대비 강도가 크며
- 시공 속도가 빠르고
- 건물 전체의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즉,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저탄소 구조물’이라는 점이다.
2. 목조건축은 왜 저탄소 건축인가?
이 질문을 정말 자주 듣는다.
“목재를 쓰는 건 결국 벌목 아니냐?”, “숲 파괴 아닌가?”
하지만 관점이 다르다. 목재는 자라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자원이 되면 그 탄소를 고정한다.
즉, 건축 자재로 쓰이면 ‘탄소 저장소’ 역할을 한다.게다가 일정 수령 이상의 나무는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진다. 이때 수확하여 더 어린 나무로 숲을 갱신하면, 숲의 탄소 흡수 능력도 높아지고, 건축물 내부에는 탄소가 저장된 상태로 유지된다.
살아있는 50년생 소나무 1그루가 1.5년간 흡수하는 CO₂ 양은 약 8.3kg. 이 양은 목재 기둥 하나(3m×10.5cm)에 저장 가능하다.
[출처: 국립산림과학원, https://know.nifos.go.kr/webzine/201808/commPopup.do?view_nm=bigdata]또 하나, 공학목재는 제조 에너지가 낮다. 철과 콘크리트와 비교하면 이렇게 된다: [참고: 국립산림과학원, 건축 환경영향 보고서 (2021)]
재료 저장 탄소 배출 탄소 순 저장 탄소 콘크리트 0 0.78 tC/t -0.78 tC/t 철강 0 0.54 tC/t -0.54 tC/t 중목구조 +0.48 tC/t -0.12 tC/t +0.36 tC/t
3. 공학자의 입장에서 본 ‘가능성’
솔직히 말하면 나는 ‘환경’보다도 ‘구조’가 더 재밌어서 이걸 전공했다.
중목구조, Mass Timber는
- 이방성 재료(방향에 따른 성질이 다른 것)로서 구조 거동이 복잡하고
- 아직 표준화된 설계법이 부족하며
- 접합부, 내화, 내구성 등 불확실성 요소가 많다.
아무도 정리 안 해놔서, 할 게 정말 많다.
CRS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내 전체 건축물 중 mass timber 건물 비율은 0.03% 이하다. 아직 태동기라는 뜻이다.
또한 “목조건축은 비싸다”는 인식이 크다. 실제로 북미 지역의 일부 프로젝트는 철근콘크리트 대비 16~30% 정도 더 비싸다는 보고도 있다. [참고: https://www.congress.gov/crs-product/R47752]
다만 공장에서 제작된 부재를 현장에 조립하는 구조상, 시공기간과 인건비 측면에서는 오히려 유리한 면도 존재한다.
이 말인즉슨, 기술이 안정화되면 충분히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마치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를 단순한 친환경 아이템에서 성능과 효율의 대안으로 만든 것처럼, Mass Timber도 언젠가 그런 흐름을 탈 거라고 믿는다.
4. 국내에서도 분위기는 달라지는 중
국내에서도 2024년부터 중고층 목조건축에 대한 규제 완화 및 표준화 작업이 시작되고 있고, 산림청과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CLT와 공학목재 활용을 장려하는 정책과 시범사업도 늘어나고 있다. ANC건축신문: “목조건축 시대 열린다”
“목조건축 활성화법 제정 공감…협회, 목구조기술자 감리자격 부여에는 우려, 공사감리는 건축
목조건축 활성화를 위한 법 제정 논의를 위해 2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입법 공청회에서 대한건축사협회는 법 제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목구조기술자에게 감리자격을 부여하는 조항에 우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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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무리: 작지만 깊은 구조
목조건축은 아직 작다. 시장은 좁고, 학문은 초기고, 시선은 생소하다.
하지만 그래서 더 재밌다.
공학자로서 개척할 수 있는 구조 분야가 이렇게 생생하게 열려 있는 경우는 드물다.이 블로그 ‘목로그랩’은 그 과정을 기록하고, 나와 비슷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조용히, 그러나 오래 이야기하기 위한 공간이다.
지금부터 나는 목조건축이 왜 구조적으로, 환경적으로, 그리고 기술적으로 흥미로운 분야인지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요약
목조건축은 아직 작지만, 구조공학자로서 연구할 여지가 많고,
저탄소 시대에 부합하는 친환경 기술이자, 경쟁력 있는 구조 분야다.'목조건축 입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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