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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건축 기초#3] 목조건축, 정말 불에 약할까? – '탄다'와 '무너진다'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목조건축 입문 2025. 4. 16. 15:39
목조건축을 전공한다고 하면 꼭 듣는 말이 있다.
“근데 불 나면 끝나는 거 아냐?”
습기, 화재, 친환경성.
이 세 가지는 목재 구조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의 근원이다.
(그리고 또다시… 왜 구조 성능은 안 물어보는가?)이건 진짜 흔한 반응이다. 그리고 사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목재는 잘 탄다. 애초에 불 피울 때 쓰는 땔감 아닌가? 누가 봐도 “불에 약할 것 같은” 재료다.
하지만 정말 구조적으로 약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꽤 흥미롭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 ‘화재 성능’, 특히 중목구조(Mass Timber)의 내화 설계 전략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핵심 질문은 이거다: “목재 구조는 불에 약하다?” → 정말 그럴까?”
‘잘 타는 재료’와 ‘쉽게 무너지는 구조’는 다르다
목재는 타기 전에 준비운동을 한다. 정확히 말하면, 수분을 증발시키는 데 시간을 쓴다.
CLT나 Glulam 같은 공학목재는
- 내부에 12~15% 정도의 함수율을 머금고 있고
- 이 수분이 날아가지 않으면 불꽃이 닿아도 쉽게 타지 않는다.
마치 프라이팬 위에서 양파를 볶을 때처럼,
먼저 수분이 증발하고 나서야 갈변(=연소)이 시작된다.그리고 실제로 불이 붙었을 때, 얇고 가벼운 목재는 빠르게 연소된다.
반면, 중목구조에 사용되는 두껍고 밀도 높은 목재는 표면이 천천히, 그리고 예측 가능한 속도로 탄다.
이 현상을 탄화현상(Charring)이라고 부른다.
탄화층: 나무가 스스로 만든 방화재
탄화가 일어난 표면은 검게 그을려 공기와 열의 유입을 막는 방어층(탄화층)이 된다.
중목구조의 내화 설계는 바로 이 탄화층 덕분에 가능하다.
- 목재는 270~300°C에서 연소가 시작되며
- 평균적으로 0.65 mm/min 속도로 표면이 타 들어간다
- 탄화층은 공기 차단막 역할을 하며 내부 연소를 늦춘다
- 남은 중심부는 구조적 지지력을 유지한다
즉, 나무는 겉을 태워 안을 지키는 방식으로 구조 성능을 확보한다. (이건 진짜 목구조만의 특이한 전략이다.)
실험 결과: CLT 구조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캐나다 GHL과 CHM이 진행한 실물 크기 화재 실험(MTDFT 2022)에 따르면:
- CLT로 만든 방은 실제 사무실 화재에서
- 완전 연소 후에도 구조체가 버텼다
구조 내부는 온도가 올라갔지만,
- 스프링클러 없었음에도 붕괴되지 않았고
- 이후 테스트까지 같은 구조로 진행 가능
핵심은? “타는 건 맞지만, 무너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화 설계는 필요하다
중목구조에서 화재 대응 전략은 두 가지로 나뉜다:
1. 피복 보호 (Encapsulation)
- 목재 표면을 석고보드 등 비연소재로 감싼다
- 화재 시 탄화가 발생하기 전까지 시간 확보
- Brock Commons처럼 고층 건물은 이 방식 사용
2. 노출 구조 구조 + 계산식 설계
노출 구조의 경우,
- 시간당 차링 두께를 반영해
- 필요한 잔존 단면을 미리 설계
CSA O86 기준:
- 0.65 mm/min (보통 판재 기준)
- 0.8 mm/min (기둥, 보 – 모서리 손실 반영)
접합부는 가장 큰 사각지대
중목구조 내화 설계의 가장 취약한 부분은 접합부다.
특히, 강재가 노출되는 연결부는 고온에서 열전도가 높다. 이는 내부로 열을 전달시킬 수 있으며, 조기 손상을 발생시킬 수 있다.
따라서, 해결 전략으로는:
- 강재 숨기기(hidden connectors)
- 단열 패킹 또는 피복으로 열 차단
- 실험 기반 인증 데이터 확보가 핵심
내화 성능은 어떻게 평가할까?
현재 캐나다 건축법에서 인정하는 내화 성능 평가 방법은 두 가지다:
- 성능기반 설계 (Performance-based design)
→ 실제 화재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 구조 해석 + 시뮬레이션 기반으로 설계 - 계산식 기반 설계 (Prescriptive + Annex B, CSA O86)
→ 주어진 단면 크기, 하중, 차링률 등을 바탕으로
→ 잔존 단면이 요구 강도보다 크면 OK
최근에는 2시간 내화 요구 기준도 충분히 충족 가능하다
(2시간 차링 깊이 78mm + 여유 두께 확보)
요약하며
목재는 잘 탄다. 하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중목구조의 내화 설계는 “불에 안 타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불 속에서도 버티게 만드는 기술”이다.
그리고 그 기술은 이미 캐나다와 북미 현장에서 실증되고 있다.
참고자료
- FPInnovations (2021). Fire Performance of Mass Timber
- Fire Safe Use of Wood In Buildings (Webinar) -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7xqbzDUni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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