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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조건축 기초 #2] 목조건축, 정말 습기에 약한가? – 구조 성능에 영향을 주는 습기, 그리고 대응 전략
    목조건축 입문 2025. 4. 16. 08:13

    목조를 전공하다보면 항상 질문 받는 세 가지 요점이 있다.

     

    습기, 화재, 친환경성.

    (왜 아무도 구조 성능은 안 물어보는가? 이건 분명 구조물인데…)

     

    아무튼, 오늘은 그 중에서도 습기에 대해 다뤄보려 한다.

     

    많은 이들이 “목재는 물 먹으면 썩잖아요?”라고 말하지만, 정확히는 썩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젖는 과정에서 목재는 스스로를 파괴하는 재료가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습기는 단순한 환경 조건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하중이고, 계산에 반영되지 않으면 균열, 강도 저하, 내구성 문제로 직결된다.

     

    이 글에서는 구조공학도의 시선으로 습기와 목재 구조 강도, 그리고 설계-시공-운용 전체 과정에서의 습기 관리 전략을 정리한다.


    목재는 ‘습기와 평형’을 이루려는 재료다

    목재는 주변 공기의 상대습도(RH)에 맞춰 수분을 흡수하거나 방출하며 ‘평형수분함량(EMC)’에 도달하려고 한다.

     

    이 EMC는 계절, 기후, 실내외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 겨울 실내: 6~8%
    • 여름 외기: 12~18%
    • 고습 환경: 20% 이상

    즉, 목재 구조물은 평생 습도 변화 속에 놓여 있다. 그리고 이 변화가 구조적 결과로 이어진다.


    수분이 많아지면 강도가 떨어진다

    목재는 일반적으로:

    • 수분이 많아질수록 → 강도는 떨어진다
    • 수분이 줄어들수록 → 강도는 올라간다

     

    이때 강도 변화의 민감도는 다음과 같다:

    기계적 성질 수분 1% 증가당 감소율 (%/%)
    압축 강도 3~5% 감소
    휨 강도 1~4% 감소
    전단 강도 2~3% 감소
    탄성계수(E) 1~1.5% 감소
    인장 강도(섬유 방향) 거의 영향 없음

     

    단, 섬유포화점(FSP, 약 30%) 이상이 되면 수분 증가에 따른 강도 저하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즉, 너무 젖어버리면 더 약해질 것도 없다. (이미 바닥이다.)


    습기의 문제는 ‘강도 저하’가 아니라 ‘응력 발생’이다

    습기의 변화는 단순히 강도를 떨어뜨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구조 내부에 응력을 만든다는 것이다.

    • 외부는 빠르게 젖고 마르지만, 내부는 반응이 느리다
    • 이로 인해 내부와 외부의 수축·팽창 속도 차이가 발생하고
    • 그 차이가 횡방향 인장 응력으로 작용해
    • 결국 균열이나 박리 같은 손상을 유발한다

    “습기 변화는 강도를 깎는 게 아니라, 구조에 작용하는 보이지 않는 하중이다.”


    시공부터 점검까지: 실전에서의 습기 관리 전략

    RDH Building Science의 Mass Timber Moisture Management Guide (2022)에 따르면, 실제 프로젝트에서는 아래의 3단계 전략을 따라야 한다:

    STEP 1: 습기 노출 위험도 평가

    • 시공 시기 (건기 vs 우기)
    • 패널 노출 시간
    • 운송 및 현장 보관 방식
    • 패널 위치 (지붕, 바닥, 벽체?)
    • 마감재 존재 여부 (ex: 콘크리트 topping)

    → 노출 수준을 Low, Moderate, High로 분류하고,
    → 그에 맞는 보호 전략을 설계에 반영

    STEP 2: 시공 단계 습기 관리 계획 수립

    • 공장에서의 방수막/코팅 적용 (Factory-applied membrane)
    • 현장 설치 전후의 보호막 설치 (Site tarp, tent, sealing tape)
    • 패널 조인트와 모서리 처리
    • 침투 우려 부위(관통부, 기둥 연결부 등) 디테일링
    • 콘크리트 topping 시, 목재 수분 <16% 유지

    STEP 3: 시공 중 실시간 대응

    • 전담 습기 관리팀 운영 (물 제거, 점검 등)
    • 예기치 못한 습기 노출 시 긴급 대응 계획
    • 패널 수분 측정 및 기록
    • 장마철 시공 시, 전체 구조물 덮개 설치 고려

    대표 사례: 콘크리트 topping이 있는 CLT 바닥

    • 콘크리트 타설 전, CLT 수분함량 반드시 16% 이하
    • 콘크리트 수분이 패널 내부로 침투할 수 있음
    • 접합부 습기 유입 → 곰팡이 + 구조 강도 저하
    • 해결책:
      • 방습막 + 에지 코팅 + 콘크리트 전 가설막 설치
      • 콘크리트 양생 후 곧바로 상부 마감 안 함
      • 여름 건기 시공 시에는 막 설치 지연 전략 가능

    CLT + Concrete 합성 구조(TCC)는 내력은 뛰어나지만, 습기 설계에 실패하면 치명적이다.


    체크리스트: 설계자와 시공자가 꼭 기억할 것

    체크 항목 요점
    1. CLT 수분 기준 설치 전 < 16%
    2. Edge 코팅 공장 또는 현장에서 적용
    3. 콘크리트 topping 방습막 필수, 시기 고려
    4. 루프 구조 경사 확보 + 배수경로 확보
    5. 시공 중 모니터링 수분계로 상시 체크
    6. 예상 외 침수 시 즉시 건조, 기록, 재측정
    7. 영구 방수막 설치 전 임시 보호막 유지

    요약하며

    목재는 그냥 ‘젖는 재료’가 아니다. 젖은 채로 ‘힘을 받아야 하는 재료’다.

     

    그렇기 때문에, 습기는 단순한 시공 체크리스트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제조-시공-운영 전 단계에 걸쳐 다뤄져야 하는 '구조 하중'이다.


    목조건축은 분명 습기에 민감한 구조 시스템이다.

     

    하지만 그 민감함은 단점이 아니라, 제어 가능한 변수이며, 설계자의 전략과 디테일이 작동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잘 젖는 재료이지만, 잘 다루면 오래 간다.”
    결국, 습기에 강한 목조건축은 우연이 아니라 설계의 결과다.

    참고자료

    • Ranta-Maunus, A. (2003). Timber Engineering, Chapter 9
    • RDH Building Science (2022). Mass Timber Moisture Management Guide v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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