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목조건축 기초 #1] 목조건축 종류를 한눈에 – 전통·경량·중목의 차이
    목조건축 입문 2025. 4. 16. 03:15

    “목조건축 한다고요? 한옥 짓는 거예요?” 종종 듣는 질문이다. 사실 충분히 할 수 있는 질문이다.

     

    한국에서 ‘목조건축’이라는 단어는 아직까지 전통건축을 먼저 연상시키는 경우가 많다. 조금 더 아는 사람이라면 경량 목구조를 떠올린다. 그런데 지금 내가 전공하고 연구하는 ‘목조건축’은 그 두 가지와는 조금 다르다.

     

    현대 목조건축에는 경량 목구조중목구조(mass timber structure)라는 두 축이 있다.

     

    이 글에서는 그 차이를 간단히 정리해보고, 이 블로그가 앞으로 다루게 될 ‘중목구조’가 어떤 분야인지 소개해보고자 한다.


    전통 목조건축

    대표적으로 한옥을 떠올릴 수 있다.

     

    기둥과 보를 정교하게 깎아 끼우는 전통적인 결구 방식, 못 하나 없이 지어지는 구조적 아름다움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현대의 구조 성능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다양한 보강이 필요하고, 내화성, 단열, 시공 표준화 등의 한계가 존재한다.

     

    문화재 복원이나 고급 단독 주택 등에 여전히 쓰이고 있지만, ‘현대적 구조물로서의 목조건축’과는 조금 다른 분야다.


    경량 목구조

    ‘경량’이라는 이름답게 규격화된 작은 부재들(2x4, 2x6 등)을 조립하여 만드는 구조 방식이다. 패널화된 벽체 자체가 구조를 담당하는 벽식 구조다.

     

    북미에서는 가장 보편적인 주택 구조 방식이고, 한국에서도 단독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정말 많은 전문가 분들이 이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신다. (나는 아직 학생이고, 주로 중목구조를 전공했다.)

     

    장점은 분명하다. 시공이 빠르고, 자재 수급이 쉽고, 기술 진입장벽이 낮으며, 비용도 저렴하다.

     

    그런데 인터넷에는 이런 말도 많다. “경량 목구조는 소음 심하다”, “쉽게 썩는다”, “불에 약하다”… 이런 말들, 어떤 건 맞고, 어떤 건 과장이고, 어떤 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나도 캐나다에서 경량 목구조 주택에 살고 있는데, 층간 소음 많이 들리는 건 사실이다. 다만 중요한 건, 층간 소음은 단순히 목구조라고 해서 증폭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차음, 방음과 같은 층간 소음 문제는 공학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기술이다. 그냥 비싸게 방음재를 많이 깔고, 무게를 늘리기 위해 콘크리트를 바닥에 치는 방식 등 여러 해결책이 시도되고 있다. (최근 목구조에서는 바닥에 콘크리트를 합성하는 기술도 많이 개발되고 있다.) 게다가 이곳(캐나다)은 문화적으로 소음에 관대한 편이라 사회적 수용성도 영향을 미친다.

     

    경량 목구조와 큰 특징 중 하나는 고층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지진, 바람과 같은 횡하중의 영향 때문이다.

     

    웃기게도 경량 목구조는 횡하중을 저항할 때, 목재가 아니라 못이나 스크류 같은 접합재가 먼저 파괴되도록 설계된다. (마치, 철근 콘크리트에서 철근이 먼저 항복하도록 설계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목재는 그 자체도 옆으로 휘는 강성이 부족한 재료다. 이런 구조적 한계와 철학을 유지한 채, 고층 구조를 안전하게 설계하는 건 매우 어렵다.

     

    “가볍기 때문에 지진에 강하다”는 말도 있는데, 공학자 입장에서 이건 다소 단순화된 설명이다. 지진에 강하다는 건 단순히 무게만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구조 방식, 부재 크기, 연결부 설계, 전체 시스템의 안정성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가벼운 게 장점이지만, 너무 가벼우면 넘어질 수도 있다. 마치 아기돼지 삼형제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경량 목구조는 국내 주택 시장에서도 꽤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자이가이스트(GS건설 계열), 공간제작소 등 대형 또는 신생 건설사들도 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단독주택 시장의 규모와 기술 발전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중목구조 (Mass Timber Structure)

    이제 본격적으로 내가 전공하는 중목구조 이야기다.

     

    중목구조는 말 그대로 “큰 나무”로 구조를 만든다는 의미지만, 그냥 큰 나무를 쓰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고 비싸다. (귀한 큰 나무를 건축에 쓰게 베어온다는건 큰 낭비다.) 게다가 큰 나무는 내부 구조가 균일하지 않기 때문에, 성능 저하의 우려도 존재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공학목재(Engineered Wood)다.

    • GLT(Glulam, glued-laminated timber): 옆으로 켜켜이 붙인 집성재
    • CLT (Cross-laminated timber): 서로 방향을 교차시켜 붙인 직교 집성판
    • LVL (Laminated veneer lumber) / PSL(Parallel-strand lumber): 얇은 판이나 조각을 접착하여 만든 합성재

    공학 목재 제품 [출처: https://forestpolicypub.com/2024/04/12/mass-timber-clt-glt-nlt-and-others-what-does-it-all-mean/]

     

    이런 제품들은 단순히 큰 나무를 대체하는 것을 넘어서, 성능이 제어된 하나의 새로운 구조재료다. 이 기술 덕분에 더 큰 목재 부재를 만들 수 있고, 고층 건물도 설계 가능해졌다. (최근 경량 목구조에서도 기둥, 보를 공학목재로 대체한 구조도 종종 등장하고 있다.)

     

    구조가 커지면 탄소 저장량도 증가한다. 즉, 건물 하나가 거대한 탄소 저장고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적 난이도는 높다. 자연 재료인만큼 변동성도 크고, 아직 연구되지 않은 분야가 많다. 그래서 중목구조는 여전히 연구가 활발한 분야다.


    기술적 난이도와 구조적 고려

    물론, 중목구조는 쉽지 않다.

     

    목재는 작용하는 힘의 방향에 따라 성능이 매우 달라지는 재료다.

    • 연성적(압축, 잘 늘어나며 그동안 힘을 지지해주는 성질)이기도 하지만
    • 취성적(인장, 변형이 작고 급작스럽게 파괴되는 현상) 특성도 강하게 나타난다.

    그 이유는 주로 옹이 등의 자연 결함 때문이며,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다뤄보겠다.

     

    중목구조를 고층화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때 가장 주된 고려 요소는 역시 바람과 지진 같은 횡하중이다.


    대표적 방식 1: 콘크리트 하이브리드 구조

    현재 가장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방식이다.

    • 저층부 (1~2층)와 코어(엘리베이터, 계단 등)를 콘크리트로,
    • 나머지 구조를 목조로 설계

    캐나다의 Brock Commons Tallwood House가 대표적인 사례다.

    캐나다 Brock Commons

     

    콘크리트는 하중을 견디고, 저층부의 큰 공간(로비 등)과 건물의 기초 역할을 하며, 건물 전체의 안정성에 기여한다.

     

    실제로 목조건축의 경제성 문제 중 하나는 보험료 등 신뢰성 부족에서 발생하는데, 이런 하이브리드 설계는 심리적 안정성과 경제성 확보를 동시에 노리는 방식이다.


    대표적 방식 2: CLT / 브레이싱 (가새)

    이 방식은

    • 구조 벽체로 CLT 사용 혹은,
    • 건물 외곽 또는 내부에 X형, V형 브레이싱 구조(가새)로 횡하중 대응

    노르웨이의 Mjøstårnet이 이 방식을 사용한 대표 사례다.

    노르웨이 Mjøstårnet


    이 구조는 거의 모든 구조를 목재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접합부 설계가 매우 어렵고, 부재가 커질수록 가격도 폭등한다.

     

    이 외에도 철골 구조와 하이브리드를 하는 등 다양한 구조가 연구되고 있다.


    중목구조는 지금, 캐나다에서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는 사실 중목구조의 현실 실험실에 가깝다. 2021년 기준, 캐나다 전역에서는 484개의 중목구조 건물이 집계되었고 그 중 412개는 이미 완공, 52개는 공사 중, 20개는 계획 중이다. 전체 연면적은 약 150만 제곱미터에 달한다.

     

    또한 캐나다에는 현재 20곳 이상의 공학목재 생산 공장이 있으며, 매년 100만 m³ 이상의 제품이 생산된다.


    이는 단순한 산업 확대를 넘어, 탄소중립 건축 흐름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참고: The State of Mass Timber in Canada 2021, Natural Resources Canada


    요약하며

    ‘목조건축’이라는 한 단어 안에는 전혀 다른 구조 시스템이 공존하고 있다.

    • 전통 목조건축: 역사성과 미감, 하지만 현대적 한계 있음
    • 경량 목구조: 주택 시장 중심, 시공 용이, 고층화 어려움
    • 중목구조: 공학적, 고층화 가능, 탄소 저장 가능, 기술적 잠재력

    이 블로그 ‘목로그랩’은 앞으로 중목구조 중심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고, 이 글은 그 이야기의 출발선이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