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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건축 동향 #1] 캐나다 BC주는 어떻게 목구조 강국이 되었나 – 'Wood First' 정책부터 제조 생태계까지논문과 트렌드 2025. 4. 16. 15:38
중목구조 하면 보통 유럽이나 북미의 사례가 먼저 떠오른다. 그중에서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는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히 중목구조 건축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숲이 많아서”가 아니다.
BC주는 건축, 정책, 산업, 연구가 모두 유기적으로 엮인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었고, 그게 바로 중목구조의 성공 기반이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캐나다 연방정부 보고서(NRCan, 2021)를 바탕으로 BC주 중심의 중목구조 전략을 구조공학자의 시선에서 풀어본다.
BC주의 ‘Wood First’ 법, 그게 뭐길래?
2009년, BC주는 캐나다 최초로 ‘Wood First Act’라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간단하지만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BC주의 공공 건축 프로젝트는 목재를 기본 구조재로 우선 고려해야 한다.”
즉, 공공건축 발주 시 “콘크리트? 철근? 좋아. 근데 목재 먼저 검토해봐.” 라는 셈이다. 이 정책 이후로,
- 6층 이하 중층 목조건축 허용
- 공공 프로젝트의 목재 우선 사용 확산
- 지역 제조업 기반의 활성화 등이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2021년 기준, 캐나다 전체 중목구조 프로젝트의 절반 이상이 BC주에 집중된 이유는 바로 이 법 하나에서 시작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캐나다 중목구조의 구조: 정책 + 산업 + 연구
BC주가 강한 이유는 단순히 '법' 때문이 아니다. 이걸 받쳐주는 생태계가 있다:
1. 정책
- Wood First Act (2009): 공공 프로젝트 목재 우선 사용
- CleanBC Plan (2020): 중목구조를 저탄소 건축 전략의 핵심으로 채택
- GCWood 프로그램 (연방정부): 고층 목조건축 실증 프로젝트에 수천만 달러 투자
- NBCC 개정 (2020~): 12층 목조건축 허용, BC주가 최초 도입
2. 제조 및 산업
- 캐나다 내 20개 이상 중목구조 제조 공장
- 그중 BC주에만 9개 (캐나다 최다)
- 주요 기업:
- Structurlam (Penticton): Brock Commons 프로젝트 주력 업체
- StructureCraft (Abbotsford): 세계 최대 DLT 자동화 설비 운영
- Kalesnikoff (Castlegar): 수직계열화 공정으로 전 공정 내재화
3. 연구 및 교육
- FPInnovations: 내화/내진 실험, 설계 가이드 개발
- UBC, UNBC: CLT 해석, Tallwood 건축 실증, 연구 랩 운영
- Wood Innovation and Design Centre (Prince George): 교육/연구/홍보 복합 공간
대표 사례: Brock Commons Tallwood House
- 위치: UBC 캠퍼스, 밴쿠버
- 높이: 18층 (54m)
- 구조: 하이브리드 (콘크리트 코어 + CLT 슬래브 + Glulam 기둥)
- 완공연도: 2017년
Brock Commons는 “전 세계 Tallwood 시대의 서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프로젝트는 단지 높은 건물이 아니라, 정책 + 설계 + 시공 + 제조 + 연구 + 보험이 다 엮인 시스템의 성공이다.
Indigenous Architecture와 중목구조
BC주는 Indigenous 디자인과 목재의 결합에도 앞장서고 있다.
대표 사례: Tsleil-Waututh Administration and Health Centre (2019)
- 위치: North Vancouver
- 건축가: Lubor Trubka Associates Architects
- 구조재: Glulam, CLT, NLT
- 특징: 전통적 의미를 담은 공간 구성 + 전 목재 구조
이런 프로젝트는 단지 “친환경”을 넘어서, 정체성, 문화, 공동체 회복과 연결되며 중목구조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그리고 지금, 어디까지 왔나?
2021년 기준 보고서에 따르면,
- BC주 내 완공/진행 중인 중목구조 건물: 37개 이상
- 캐나다 전체 연면적의 50% 이상이 BC에 있음
- 6층 이하 중목 건물은 이미 일상적 선택지가 되었고, 고층 프로젝트(12층 이상)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모듈러 중목주택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으며, 구조용 CLT 기반의 18층 이상 타워 설계도 진행 중이다.
요약하며
BC주는 중목구조의 가능성을 ‘정책’으로 먼저 인정했고,
이를 ‘산업과 연구 생태계’로 연결해 실제로 만들어냈다.한국의 목조건축 정책이 참고해야 할 지점이 여기에 있다.
단순한 “숲이 많아서”가 아니라, 제도, 산업, 연구가 동시에 움직이는 프레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글은 단지 BC주를 찬양하려는 게 아니다. 중목구조를 국가 단위 전략으로 키우는 방법에 대한 시사점을 담고 있다.
참고자료
- Natural Resources Canada (2021). The State of Mass Timber in Can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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